1930년대
일람각에서
한나절 느린 볕이 잔디 위에 낮잠 자고,
맨 데 없는 버들개가 하늘 덮어 쏘대는데,
때 외는 닭의 울음만 일 있는 듯하여라.
드는 줄 모른 잠을 깨오는 줄 몰래 깨니,
뉘엿이 넘는 해가 사리짝에 붉었는데,
울 위에 웅크린 괴는 선하품을 하더라.
뙤약볕 버들잎은 잎잎이 눈이 있어,
자라가는 기쁜 빛을 소북소북 담았다가,
바람이 지날 제마다 가물깜박 하더라.
주석
버들개 버들개지. 버드나무의 꽃, 곧 솜털 달린 씨앗.
쏘대는데 이리저리 마구 흩날려 다니는데. '쏘대다'는 함부로 돌아다님을 이른다.
사리짝 사립짝.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사립문.
괴 고양이의 옛말.
선하품 몸이 나른하거나 졸릴 때 나오는 하품.
일람각(一覽閣) 최남선이 거처하던 집의 당호(堂號).
심상·해설
느릿한 봄볕이 잔디에 졸고 버들개지가 하늘 가득 흩날리는 한낮, 노을이 사립문을 붉게 물들이고 울 위의 고양이가 선하품하는 한가롭고 나른한 정경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