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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과 소녀
1920년대

반달과 소녀

한용운 · 1920년대
옛버들의 새가지에 흔들려 비치는 부서진 빛은 구름 사이의 반달이었다. 뜰에서 놀든 어엽분 소녀(少女)는 「저게 내 빗(梳[소])이여」하고 소리쳤다. 발꿈치를 제겨드듸고 고사리같은 손을 힘있게 들어 반달을 따려고 강장강장 뛰었다. 따려다 따지 못하고 눈을 할낏 흘기며 손을 놀렸다. 무릇각시의 머리를 씨다듬으며 「자장자장」하더라.

주석

빗(梳) 머리를 빗는 빗. 반달의 모양을 빗에 빗댄 소녀의 천진한 비유다.

무릇각시 무릇(들에 나는 풀)의 잎이나 줄기로 만든 풀각시 인형. 옛 아이들의 놀잇감이다.

제겨드듸고 발끝으로 디뎌 키를 돋우는 모양. '발돋움하다'에 해당한다.

심상·해설

버들가지에 부서지는 반달을 자기 빗이라 우기며 깡충깡충 뛰어 따려는 소녀의 천진함이 눈앞에 선하다. 결국 못 따자 풀각시를 재우며 토라지는 모습이 정겹고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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