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봄마지
1900-1910년대

봄마지

최남선 · 1900-1910년대
봄이 한번 돌아오니 눈에 가득 화기로다 대동풍설 사나울 때 꿈도 꾸지 못한 바―라 알괘라 무서운 건 「타임」(때)의 힘. 구십춘광 자랑노라 원림처처 피운 꽃아 겉모양만 번영하면 부귀기상 있다 하랴 진실로 날 호리려면 오직 열매. 나무에 꽃 피움은 열매 맺기 위함이라 같은 음문 같은 자궁 동식물이 일반이나 사람이 신령한 태도 꽃만 좋다. 신이화 피었단 말 어제런 듯 들었더니 어느덧 만산홍록 금수세계 되었도다 놀랍다 운기에는 무왕불복. 꽃이 한둘 아니거니 고운 것도 많을지오 천만 가지 과실에는 단 것인들 적으랴마는 꽃 좋고 열매 좋긴 도화인가. 부근이 온다 해도 겁낼 내가 아니어든 온 아침을 다 못 가는 여간 바람 두릴소냐 말마다 내 열매는 튼튼 무궁. 한마음 바라기를 열매 맺자 피었으니 목적달킨 일반이라 떨어지기 사양하랴 어찌타 그 사이에 웃고 울고.

주석

구십춘광(九十春光) 봄 석 달 구십 일의 화창한 봄빛. 봄철 전체를 이른다.

신이화(莘荑花) 목련 또는 백목련의 꽃. 이른 봄에 피는 꽃으로 봄소식을 알린다.

무왕불복(無往不復) 《주역》의 구절. 가서 돌아오지 않는 것은 없다, 곧 만물은 돌고 돈다는 뜻.

부근(斧斤) 도끼. 나무를 베는 연장.

도화(桃花) 복숭아꽃. 꽃도 곱고 열매(복숭아)도 좋은 나무의 본보기.

심상·해설

눈보라 가던 자리에 봄이 돌아와 온 산이 붉고 푸르게 피어나는 정경을, 시조 가락에 실어 노래한다. 겉으로 화려한 꽃보다 끝내 맺힐 열매를 중히 여기는, 결실과 미래를 향한 밝은 다짐이 봄기운과 어우러진다.

낭독 지시

Style: 봄을 맞는 흥취로 밝고 경쾌하게, 시조 가락처럼 세 마디씩 끊어, 끝줄 격언은 또렷이 힘주어.

최남선의 다른 작품

비슷한 심상의 다른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