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동산에서
외지다 버리시매 조각땅이 내게 있네,
한 나무 머귀 덕에 뙤약볕도 겁 없어라,
수수깡 쓸린 창(窓)에나 서늘 그득 좋아라.
재 넘어 해가 숨고 물 끝에 이슬 맺혀,
바람이 겨드랑에 선들선들 씻어가면,
구태라 쫓지 않건만 더위 절로 가더라.
잎마다 소리하고 나무마다 팔 벌리어,
바람을 만났노라 우뢰처럼 들레건만,
그대로 안두삼척(案頭三尺)엔 고요 그득하여라.
주석
머귀 오동나무 또는 머귀나무의 옛말. 잎이 넓어 그늘이 짙다.
들레건만 '들레다(시끄럽게 떠들다)'에서 온 말로, 요란하게 소리내건만의 뜻.
안두삼척(案頭三尺) 책상머리 석 자 가량의 좁은 자리. 글 읽고 사색하는 작은 공간을 이른다.
심상·해설
남들이 버린 외진 조각땅, 오동나무 그늘과 수수깡 창이 한여름 더위를 식힌다. 잎새가 우레처럼 바람에 떠들어도 책상머리만은 고요로 가득 찬, 소박한 은거의 정취가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