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어머니의 웃음
날이 맞도록
온 데로 헤매노라-
나른한 몸으로도
시들픈 맘으로도
어둔 부엌에,
밥 짓는 어머니의
나 보고 웃는 빙그레 웃음
내 어려 젖 먹을 때
무릎 위에다,
나를 고이 안고서
늙음조차 모르던
그 웃음을 아직도
보는가 하니
외로움의 조금이
사라지고, 거기서
가는 기쁨이 비로소 온다
-『벙어리 노래』에서-
주석
날이 맞도록 날이 다하도록, 곧 하루 종일·온종일을 뜻하는 옛 표현이다.
시들픈 기본형 '시들프다'. 마음이 시들하고 풀이 죽어 맥없는 상태를 이른다.
벙어리 노래 이 시가 실린 시 묶음의 제목. 말 못할 속울음을 담은 노래라는 뜻을 지닌다.
심상·해설
하루 종일 지쳐 헤매다 돌아온 저녁, 어두운 부엌에서 밥 짓던 어머니가 빙그레 웃는다. 어릴 적 무릎에 안겨 보던 그 변함없는 웃음에 외로움이 조금 녹고 가느다란 기쁨이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