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봄길
버들잎에 구는 구슬
알알이 짙은 봄빛,
찬비라 할지라도
님의 사랑 담아옴을,
적시어 뼈에 스민다
마달 누가 있으랴.
볼 부은 저 개구리
그 무엇에 쫓겼관대,
조르르 젖은 몸이
논귀에서 헐떡이나
떼봄이 쳐들어와요
더위 함께 옵데다.
저 강상(江上) 작은 돌에
더북할손 푸른 풀을,
다 살라 욱대길 제
그 누구가 봄을 외리,
줌만한 저 흙일망정
놓쳐 아니 주도다.
주석
구는 구슬 구르는 구슬, 곧 버들잎에 맺혀 굴러떨어지는 물방울을 구슬에 빗댄 표현.
쫓겼관대 '쫓겼기에·쫓겼길래'의 옛말.
떼봄 떼지어 한꺼번에 몰려오는 봄. 시인이 빚은 조어로, 왕성한 봄기운을 이른다.
강상(江上) 강 위, 강가.
더북할손 '더북하다(수북하게 돋아 있다)'에서 온 말로, 수북이 돋아난 것을 이른다.
욱대길 제 '욱대기다(우격다짐으로 몰아붙이다)'에서 온 말로, 억지로 밀어붙일 때의 뜻. 여기서는 봄기운이 생명을 기어이 살려 내려는 모습.
심상·해설
버들잎의 물방울, 헐떡이는 개구리, 강가 돌 틈에 수북한 풀까지 — 찬비조차 사랑으로 적시는 봄이 떼지어 밀려온다. 한 줌 흙도 놓치지 않고 살려 내는 생명력이 환하게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