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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굴에서
1930년대

단군굴에서

최남선 · 1930년대
아득한 어느 제에 님이 여기 나립신고, 뻗어난 한 가지에 나도 열림 생각하면, 이 자리 안 찾으리까 멀다 높다 하리까. 끝없이 터진 앞이 바다 저리 닿았다네, 그 새에 올망졸망 뫼도 둑도 많건마는, 엎디어 나볏들하다, 고개 들 놈 없고나. 몇몇 번 비바람이 아랫녘에 지냈는고, 언제고 님의 댁엔 맑은 하늘 밝은 해를, 들어나 환하시려면 구름 슬쩍 거쳐라.

주석

단군굴 단군과 관련된 전설이 깃든 굴. 최남선은 묘향산 등 단군 유적을 답사하며 민족의 시조로서 단군을 기렸다.

님 여기서는 민족의 시조 단군(檀君)을 가리킨다.

나립신고 '내리셨는가'의 옛 높임말. 신령이 강림함을 이른다.

뻗어난 한 가지 단군의 자손이라는 한 핏줄·한 갈래를 나무의 가지에 빗댄 표현.

나볏들하다 '나볏하다(반듯하고 의젓하다)'에서 온 말로, 다소곳하고 얌전한 모양.

심상·해설

민족의 시조 단군이 강림한 굴 앞에 서서 자신도 그 한 가지의 열매임을 되새긴다. 발아래 엎드린 산과 둑, 구름이 걷히면 드러날 맑은 하늘에 경건한 그리움이 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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