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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의 황혼
1920년대

전원의 황혼

김억 · 1920년대
집이면 집마다 떠오르는 연기, 서녘 하늘에는 곱게도 물들인 붉은 구름, 공중으로 올라서는 헤매며 사라질 때, 나뭇가지에서는 비둘기가 울고 있어라. 안개는 숲속에서 생기는 듯이 스며서는 조는 듯 고요한 넓은 들을 덮으며, 어두워가는 밤 속에서 새 꿈을 맺으려는 촌락에는 들벌레 소리가 어지러워라. 이러하여 핼금한 둥근 달이 하염없는 곤피(困疲)의 걸음을 이을 때, 나무 아래에는 시비(是非)도 없는 농인(農人)의 간담(間談), 저 산기슭의 교회당에서는 찬송의 노래, 깊어만 가는 밤에는 이것밖에 아무 것도 들림 없이 고요하여라.

주석

곤피(困疲) 고달프고 지침. 달이 천천히 떠오르는 모습을 지친 걸음에 빗댔다.

농인(農人) 농사짓는 사람, 농부.

간담(間談) 한가롭게 주고받는 이야기. 일을 마친 농부들이 나무 아래서 나누는 담소를 가리킨다.

심상·해설

집집마다 저녁연기 피어오르고 노을 진 들판에 안개가 내리는 시골의 황혼, 농부들의 도란거림과 교회당 찬송만이 고요히 번지는 평화로운 저녁 풍경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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