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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에서
1930년대

대동강에서

최남선 · 1930년대
흐르는 저녁볕이 얼굴빛을 어울러서, 쪽 같은 한 가람을 하마 붉혀 버렸더니, 갈매기 떼지어 나니 흰 창 크게 나더라. 바다로 나간 물이 돌아옴을 뉘 보신고, 재 넘어 비낀 날을 못 머물 줄 알 양이면, 이 갈이 다 술이라도 많다 말고 자시소. 머리 끝 부는 바람 그리 센 줄 모르건만, 켜묵은 갖은 시름 그만 떨켜 다 나가니, 몸 아니 깨끗하온가 배도 가뿐하여라.

주석

대동강 평안도를 흐르는 강. 평양을 끼고 흐르며 능라도·부벽루 등 경승으로 유명하다.

쪽 쪽빛을 내는 풀. '쪽 같은'은 쪽빛처럼 푸른 것을 이른다.

가람 '강(江)'의 순우리말.

흰 창 갈매기 떼가 한꺼번에 날아 펼쳐지는 흰 빛·흰 면(面)을 이른다.

이 갈이 '이 강이' 곧 이 강물이. '갈'은 강의 옛말.

켜묵은 여러 켜로 오래 묵은. 오랫동안 쌓인.

심상·해설

저녁노을이 쪽빛 대동강을 붉게 물들이고 갈매기 떼가 흰 빛으로 날아오른다. 기우는 해를 술잔 삼아 마시듯, 묵은 시름이 강바람에 씻겨 몸도 배도 가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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