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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바다
1930년대

7월의 바다

심훈 · 1930년대
흰 구름이 벽공(碧空)에다 만물상(萬物相)을 초 잡는 그 하늘을 우러러보아도, 맥파(麥波) 만경(萬頃)에 굼실거리는 청청(靑靑)한 들판을 내려다보아도 백주(白晝)의 우울을 참기 어려운 어느 날 오후(午後)였다. 나는 조그만 범선(帆船) 한 척을 바다 위에 띄웠다. 붉은 돛을 달고 바다 한복판까지 와서는 노도 젓지 않고 키(舵)도 잡지 않았다. 다만 바람에 맡겨 떠내려가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나는 뱃전에 턱을 괴고 앉아서 부유(蜉蝣)와 같은 인생(人生)의 운명(運命)을 생각하였다. 까닭 모르고 살아가는 내 몸에도 조만간(早晩間) 닥쳐올 죽음의 허무(虛無)를 미리 다가 탄식(歎息)하였다. 하늘로부터는 비를 머금은 구름이 몰려 들어온다. 그 검은 구름장은 시름없이 떨어뜨린 내 머리 위를 덮어 누르려 한다. 배는 아산만(牙山灣) 한가운데에 떠 있는 「가치내」라는 조그만 섬에 와 닿았다. 멀리서 보면 송아지가 누운 것만 한 절해(絶海)의 고도(孤島)다. [중략 — 외딴섬 노파와 그 손주를 만나 정을 나누고, 한 해 뒤 다시 찾아 자란 아이를 안아 보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 어린 생명(生命)이 교목(喬木)과 상록수(常綠樹)와 같이 장성(長成)하는 것을 생각할 때 한(限)없이 쓸쓸한 우리의 등 뒤가 든든해지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가! (一九三五 첫여름 당진(唐津)에서)

주석

가치내 충청남도 아산만에 있던 작은 섬의 이름. 심훈이 이 수필을 쓴 무대다.

부유(蜉蝣) 하루살이. 덧없이 짧은 인생을 빗대는 말로 흔히 쓰인다.

아산만(牙山灣) 충청남도와 경기도 사이에 있는 만(灣).

당진(唐津) 충청남도의 지명. 심훈이 만년에 내려가 살며 「상록수」 등을 집필한 곳이다.

클레멘트(클레멘타인) 본문에 인용된 노래는 미국 민요 '클레멘타인(Oh My Darling, Clementine)'으로, 바닷가 오두막에 사는 어부의 딸을 그린 곡이다.

교목(喬木) 줄기가 곧고 굵으며 키가 크게 자라는 나무. 굳센 생명력의 상징으로 쓰였다.

심상·해설

한낮의 우울에 떠밀려 배를 띄운 화자가 외딴섬 오두막에서 가난하지만 의젓하게 자라는 어린 생명을 만난다. 석양에 붉게 타는 물결을 배경으로, 허무를 딛고 솟는 생명의 힘에서 위안을 얻는 장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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