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궁거워
위하고 위한 구슬 싸고 다시 싸노매라,
때 묻고 이 빠짐을 님은 아니 탓하셔도,
바칠 제 성하옵도록 나는 애써 가왜라.
보면은 알련마는 하마 알 듯 더 몰라를,
나로써 님을 헤니 헤올사록 어긋나를,
믿으려 믿을 뿐이면 알기 구태 찾으랴.
찾는 듯 비인 가슴 바다라도 담으리다,
우리 님 크신 사랑 끝이 어이 있으리만,
솟는 채 대시옵소서 벅차 아니 하리다.
모진가 하였더니 그대로 둥글도다,
부픈 줄 여겼더니 또 그대로 길차도다,
어떻다 말 못할 것이 님이신가 하노라.
뒤집고 엎질러서 하나밖에 없건마는,
온 즈믄 맑아져도 못 그리올 이 내 마음,
외이로 바치는 밖에 더할 바를 몰라라.
얼음같이 식히실 제 모닥불을 받드는 듯,
혹처럼 떼치실 제 부레풀을 바르는 듯,
두 손 다 내두르실 제 껴안긴 듯하여라.
미우면 미운 대로 살에 들고 뼈에 박여,
아무커나 님의 속에 깃들여 지내과저,
애적에 곱게 보심은 뜻도 아니 했소다.
풀숲에 걸으면서 이슬 맞음 싫다리까,
사랑을 따르거니 몸을 본디 사리리만,
낭 없는 이 님의 길은 애제 든든하여라.
안 보면 조부비고 보면 섧이 어인 일가,
무섭도 않건마는 만나서는 못 대들고,
떠나면 그리운 일만 앞서 걱정 하왜라.
주석
궁거워 '궁금하여'의 옛 형태로, 님(임)이 어떤 분인지 끝내 알 수 없어 그립고 애타는 마음을 노래한 연시조. 여기서 '님'은 조국·민족 또는 절대적 존재로 풀이된다.
가왜라 간직하노라·간수하노라의 옛 표현. '바칠 때 성하도록 애써 간직한다'는 뜻.
즈믄 천(千)을 뜻하는 옛 우리말. '온 즈믄'은 '온통 천 번'의 뜻.
길차도다 매우 길고 곧다, 미끈하게 길다는 뜻의 옛말 '길차다'.
부레풀 민어의 부레를 고아 만든 끈끈한 접착제. 떼어내려 해도 도로 들러붙듯 님께 매달리는 마음을 비유했다.
낭 낭떠러지·벼랑의 옛말. '낭 없는 님의 길'은 위험 없이 든든한 길.
심상·해설
때 묻고 이 빠진 구슬을 싸고 또 싸 간직하듯, 끝내 헤아릴 수 없는 님을 향한 사무친 그리움과 변치 않는 정성을 연시조 가락에 담아, 만나면 서럽고 떠나면 그리운 애틋한 마음이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