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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탄일
1930년대

불탄일

최남선 · 1930년대
사람이 공기(空氣) 알며 고기가 물 깨닫던가 시방(十方)이 다 덮이고 유정무정(有情無情) 다 싸시니 부처님 크신 사랑을 누가 따로 알리오. 무량수(無量壽) 무량광(無量光)이 본시자재(本是自在) 하시거늘 룸비니 하사월(夏四月)에 어느 부처 또 나셔서 무진등(無盡燈) 무슨 기름을 새로 붓다 하는고. 실달다(悉達多) 새아기의 으아하신 울음소리 출세(出世)의 대본회(大本懷)를 분명 나타내셨거늘 중생(衆生)이 못 알아들어 일이 많아지도다.

주석

불탄일(佛誕日) 부처님이 태어난 날, 곧 음력 사월 초파일.

시방(十方) 동·서·남·북, 그 사이 네 방향, 위·아래를 합친 열 방향. 온 우주를 이른다.

유정무정(有情無情) 감정을 지닌 중생(유정)과 감정이 없는 초목·돌(무정). 곧 세상의 모든 존재.

무량수(無量壽)·무량광(無量光) 한없는 목숨과 한없는 빛. 아미타불의 덕성이자 진리의 영원·보편을 이른다.

본시자재(本是自在) 본디부터 절로 갖추어 걸림 없이 존재함. 진리는 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본래 있다는 뜻.

룸비니 석가모니가 태어난 동산(지금의 네팔). '하사월'은 음력 사월을 이른다.

무진등(無盡燈) 꺼지지 않는 등불. 하나의 등이 수많은 등에 불을 옮겨 끝없이 이어지듯, 진리가 널리 전해짐을 비유한다.

실달다(悉達多) 싯다르타(Siddhārtha). 석가모니의 출가 전 이름.

대본회(大本懷) 부처가 세상에 나온 근본 뜻·큰 서원(誓願). 중생을 구제하려는 본래의 깊은 마음.

심상·해설

물고기가 물을 모르듯 늘 우리를 감싸는 부처의 사랑을 떠올리며 초파일을 기린다. 룸비니에 울려 퍼진 갓난아기의 첫 울음에서 세상에 온 큰 본뜻을 읽어 내는 경건한 사색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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