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눈물의 세 영웅
최영(崔瑩)
대고려(大高麗) 십만비휴(十萬豼貅)
흘겨보는 요수연산(遼水燕山)
위화도(威化島) 눈먼 바람
이 깃대를 꺾단 말가
지금에 압록강(鴨綠江) 물이
울며 울며 예느니.
제갈량(諸葛亮)
오장원(五丈原) 하룻밤에
한실흥복(漢室興復) 꿈 되었네
출려(出廬)는 어이하고
출사(出師) 무삼 뜻이던가
우주(宇宙)에 그득한 대명(大名)
나는 슬퍼하노라.
한니발
「알프」의 높은 봉(峰)도
얼른 넘는 그 발길로
운명(運命)의 얄미운 낯
걷어차지 못하고서
지중해(地中海) 다 헤맨 끝에
약(藥)사발을 들다니.
주석
최영(崔瑩) 고려 말의 명장(1316~1388). 요동 정벌을 추진했으나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으로 실각하여 처형되었다.
비휴(豼貅) 용맹한 맹수의 이름으로, 흔히 정예 군사·강한 군대를 비유한다. '십만비휴'는 고려의 십만 정예병을 가리킨다.
요수연산(遼水燕山) 요하(遼河)와 연산(燕山). 요동 일대를 가리키며, 최영이 정벌하려 한 땅이다.
위화도(威化島) 압록강 하류의 섬. 1388년 이성계가 이곳에서 회군하여 고려를 무너뜨리는 계기가 되었다.
제갈량(諸葛亮) 촉한의 재상(181~234). 유비를 도와 한나라 부흥을 꾀했으나 오장원에서 병사했다.
오장원(五丈原) 제갈량이 위나라와 대치하던 중 진중에서 병사한 곳.
한실흥복(漢室興復) 쇠한 한(漢) 왕실을 다시 일으켜 세움. 제갈량 필생의 대업이었다.
출려(出廬) 초막(草廬)을 나섬. 유비의 삼고초려에 응해 제갈량이 세상에 나온 일을 가리킨다.
출사(出師) 군사를 일으켜 출정함. 제갈량의 〈출사표〉가 유명하다.
한니발 고대 카르타고의 명장(B.C.247~B.C.183). 알프스를 넘어 로마를 공격했으나 끝내 패하여 망명지에서 독약으로 자결했다.
심상·해설
큰 뜻을 품고도 운명에 꺾인 세 영웅 최영·제갈량·한니발을 나란히 불러낸다. 울며 흐르는 압록강, 오장원의 하룻밤, 독약 사발의 마지막이 비장하게 겹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