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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일기
1930년대

병상일기

오장환 · 1930년대
- 오후의 노래 홑이불 새로 시친 침상에 누워 조용히 돌아가는 제 혈맥에 귀기울이면 아슬한 옛날에 다시 사는 듯 열에 뜬 헛소리로 지난날의 벗을 부를 때 말없이 물수건 축여주는 간호부는 천사의 옷매무새로 내 열이 옮겨진 수은주를 가벼이 뿌린다 자애로운 모습은 담담한 소복을 하고 천사여! 그랬노라 깜깜한 옛날 내, 엄마 소리밖에는 말을 못하던 옛날 아버님이 가셨을 때도 우리들은 이렇게 입었었노라 아니 여느 때도 그렇게 하였었노라 집집마다 문을 닫은 밤 늦게까지 창 옆에 말없이 기대어 스면 아름다운 옛 생각 볼근볼근 머리를 돈다 사랑하라 사랑하는 불을 쓰라 그대 다만 밤에게 소근대는 분수와 같이.

주석

시친 '빤'의 옛말. 빨래하여 깨끗이 한.

간호부(看護婦) 간호사를 예전에 이르던 말.

수은주(水銀柱) 체온계 속 수은 기둥. 곧 체온계.

소복(素服) 흰옷. 흔히 상중(喪中)에 입는 흰 상복.

볼근볼근 자꾸 떠올랐다 사라졌다 하는 모양을 나타낸 말.

기대어 스면 '기대어 서면'의 옛 표기.

심상·해설

병상에 누워 흰옷 입은 간호사를 천사처럼 바라보며 돌아가신 아버지와 옛 기억을 떠올리고, 밤늦도록 창가에 서서 사랑의 불을 켜 두라 속삭이는 잔잔한 위안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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