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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피
1900-1910년대

뜨거운 피

최남선 · 1900-1910년대
세상사람이 말큼다 나불나불한 닙살과 산뜻 산뜻한 생각과 귀쳐진 눈과 끗들닌 수염 을 가지고 분분하게 되고 못될것을 말하더 라도 그는 그오 나는 나다! 나는 그런 요량이 당초부터 업슴을 다행으로 아노라. 우리의 혈관으로 도라다니난것은 통장작집 흰 가맛물보담도 더 뜨거운 피. 우리의 흉우에 그득한것은 한업난 동력으로 거칠것업시 나가난 기차와 갓흔 전진심이로다. 경영하고 착수하고 진행하다가 실패∙성공 하고 입신∙살신하고 이것이 우리의 생애를 결락한 사실이로다. 일이라고 잇스면 하리라! 어엿분것 잇스면 왼마음을 다밧쳐 상사하리 라, 그가 어엿부니깐 나ㄹ노 상사할 뿐이 지, 이루고 못이룸은 우리의 무를바도 아 니오, 알바도 아니라. 잘되면 살고 못되면 죽고, 너를 운명이라 하 더구나, 그런것은 내가 알아둘 소용 업서. 우리는 다만 생각할뿐 만들뿐 할뿐 뜨거운피와 전진심이 잇기까지는 그러하지 아니하랴하야도 아니할수 업서. 송굿갓흔 바늘이 왼몸을 두루두루 찌를지라 도 나는 원망하지아니하리라. 가시잇난것이면 장미로만 알지. 구린내어니 지린내어니 내면 다 마치한가지 로 알겟다. 차별이 잇기로 얼마 잇서. 거운 국에 맛알겠나냐, 거운 피는 온갓 차별의 날을 무되게, 아니라 아주 업시한다. 아모것이고 다 조아. 하지. 피는 선동, 마음은 조세, 그리하야 두팔이 들먹들먹 가만히 잇슬순 업다 대한 세계는 소한 나를 위하야 잇도다. 열두번 죽어도 재조잇난 사람은 아니되여.

주석

통장작 쪼개지 않은 통째로의 장작. '통장작 지핀 가마솥'은 활활 끓는 가마솥을 이름.

흉우(胸宇) 가슴속, 마음의 속. '우(宇)'는 공간을 뜻해 가슴의 너른 안쪽을 가리킨다.

결락(結絡) 한데 얽어 맺음. 여러 일이 서로 얽혀 이루어짐.

입신(立身)·살신(殺身) 입신은 세상에 나아가 출세함, 살신은 옳은 일에 제 몸을 바쳐 죽음.

선동(煽動)·조세(助勢) 선동은 부추겨 들쑤심, 조세는 곁에서 기세를 도움.

『소년』 최남선이 1908년 창간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잡지.

심상·해설

세상의 잔말에 아랑곳없이 혈관을 도는 뜨거운 피와 기차 같은 전진심으로 나아가겠다는 젊은 기개가 들끓는다. 가시와 바늘조차 장미로 여기는 거침없는 의지가 온몸을 들먹이게 한다.

낭독 지시

Style: 끓는 피처럼 거침없이 빠르고 우렁차게, '할 뿐' 같은 단언은 탕탕 끊어 치고, 마지막 선언은 가장 힘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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