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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강에서
1930년대

백마강에서

최남선 · 1930년대
반월성(半月城) 부는 바람 자는 백강(白江) 왜 깨우나, 잔 물결 굵게 일면 하마 옛꿈 들칠랐다, 잊었던 일천년(一千年) 일을 알아 무삼 하리오. 사나운 저 물결도 씹다 못해 남겼세라, 한 조각 돌이라 해 수월하게 보을 것가, 조룡대(釣龍臺) 그보담 큰 것 뉘라 남아 계신고. 왜의 배 당(唐)나라ㅅ 말 바다 넘어 왜 왔던가, 허리 굽은 평제탑(平濟塔)이 낙조(落照)에 헐떡여를, 이겼다 악쓴 자취도 저뿐저뿐인 것을.

주석

백마강(白江) 부여를 끼고 흐르는 금강 하류. 백제 멸망의 한이 서린 곳으로, 본문의 '백강(白江)'은 백마강을 이른다.

반월성(半月城) 부여 부소산을 두른 백제의 도성(扶蘇山城). 반달 모양이라 반월성이라 불렸다.

조룡대(釣龍臺) 백마강 가의 바위. 당나라 소정방이 용을 낚아 백제를 멸했다는 전설이 전한다.

평제탑(平濟塔) 정림사지 오층석탑. 소정방이 백제를 평정한 공을 탑신에 새겨 '평백제탑(平百濟塔)'이라 불렸다.

낙조(落照) 지는 햇빛, 저녁놀.

심상·해설

백제가 스러진 백마강에 바람이 일어 천년 옛꿈을 들춘다. 조룡대 전설과 지는 해에 헐떡이는 평제탑을 바라보며, 이겼다 악쓰던 자취조차 덧없음을 무상하게 곱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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