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기억
그러하다, 인생은 기억, 기억은 잔회(殘灰)의
쓸 데도 없는 지나간 꿈은 지금 와서
나의 불서러운 이 몸을 붙잡고
이리도 괴롭히며, 이리도 아프게 하여라.
그러하나, 지금 나의 이 몸에 매달려,
그윽하게도 삼가는 듯하게도
저, 지나간 옛날의 한때의 꿈은
흐득여 울며, 나더러 돌아가라 하여라.
그러면 나는 이르노니,
인생은 꿈, 꿈은 망각의 바다에서
스러져 자취조차 없어질 그것이라고,
가을 지고, 겨울 와서 해조차 바뀌는 때의.
주석
잔회(殘灰) 타고 남은 재. 다 사그라진 뒤의 허망한 흔적을 비유한다.
불서럽다 ‘가엾고 서럽다’는 뜻의 옛말 ‘불쌍하고 서럽다’를 줄인 시적 표현.
심상·해설
타고 남은 재 같은 옛 기억이 서러운 몸을 붙잡고 돌아가라 흐느끼지만, 결국 인생도 꿈도 망각의 바다로 스러진다는 깨달음이 해 바뀌는 겨울 길목에 내려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