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단장
나는 혼자이로다
텅 빈 누리 가운데
믜리로 괴리로 없이
나는 혼자이로다
어느덧 초생달 이슬에 젖어
아으 구르는 잎소리와
달빛에 우니는 벌레소리 없으면
나는 혼자이로다
울어라 울어라 벌레야
저 달이 지도록 울어라
날아온 시름에 나도 우니노라
삶은 쓰디쓴 술
눈 감으면 떠도는 ‘마아야’
아아 저믄 나는 어찌 하리까
옷 훌훌 벗어 던지고
가시덤불 헤치며 헤치며
알몸으로 춤이나 추리라
미친 듯 춤이나 추리라
주석
믜리로 괴리로 고려가요 「청산별곡」의 '믜리도 괴리도 업시'에서 따온 표현.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라는 뜻.
아으 고전시가의 감탄사. '아아'에 해당.
우니는 / 우니노라 '울며 다니는', '울고 있노라'의 옛말. '울-'에 진행·지속의 '-니-'가 붙은 형태.
마아야(마야, Māyā) 불교에서 말하는 환영(幻影)·헛것. 실체 없는 덧없는 세계를 가리킴.
저믄 '저무는'의 옛 표기. 인생이 기울어 감을 뜻함.
심상·해설
텅 빈 세상에 홀로 남은 이가 초승달 아래 벌레 소리에 함께 울다, 끝내 옷을 벗어던지고 가시덤불 속에서 미친 듯 춤추는 절박한 고독이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