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새봄
다 살아 오는고야 묵은 가죽 소리건만,
지난 해 잃은 꿈만 가뭇 다시 없으셔라
그 속에 감추었던 꽃 어이한고 하노라.
옛 등걸인 체해도 간 해 그는 아니로다,
새 잎을 자랑해도 옴쳤던 것 피어남을,
가신 봄 뉘라시더뇨 온 봄 몰라 하노라.
가뿐한 바람 아래에 잔 물결이 조으셔를,
실버들 활개 치며 덩실 춤을 추는 저기,
높은 듯 낮은 그림자 제비 혼자 바빠라.
주석
묵은 가죽 묵은 껍질·껍데기. 겨우내 마른 등걸의 거죽을 이른다.
가뭇 '가뭇없이'의 뜻으로, 흔적도 없이 감쪽같이 사라진 모양.
옴쳤던 '옴치다(오므리다·움츠리다)'에서 온 말로, 겨우내 움츠려 있던 것을 이른다.
뉘라시더뇨 '누구이시더냐'의 옛말. 가버린 봄과 새로 온 봄을 구별할 수 없음을 묻는 어조.
조으셔를 '졸다(졸고 있다)'에서 온 말로, 잔물결이 잔잔히 졸 듯 일렁임을 이른다.
심상·해설
묵은 껍질 속에서 만물이 되살아나는 새봄, 가버린 봄과 새 봄의 경계마저 흐려진다. 졸 듯 잔물결 위로 실버들이 춤추고 제비 홀로 분주한, 생동하는 봄의 환한 기운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