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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견
1930년대

두견

김영랑 · 1930년대
울어 피를뱉고 뱉은피 도루삼켜 평생을 원한과슬픔에 지친 적은새 너는 너룬세상에 서름을 피로 색이러오고 네눈물은 수천(數千)세월을 끊임없이 흐려놓았다 여기는 먼남(南)쪽땅 너 쪼겨숨음직한 외딴곳 달빛 너무도 황홀하여 후젓한 이새벽을 송기한 네우름 천(千)길바다밑 고긔를 놀내이고 하늘ㅅ가 어린별들 버르르 떨리겠고나 몇해라 이 삼경(三更)에 빙빙 도—는 눈물을 슷지는못하고 고힌그대로 흘리웟느니 서럽고 외롭고 여윈 이몸은 퍼붓는 네 술ㅅ잔에 그만 지늘꼈느니 무섬ㅅ정 드는 이새벽 가지울리는 저승의노래 저기 성(城)밑을 도라나가는 죽음의 자랑찬소리여 달빛 오히려 마음어둘 저 흰등 흐느껴가신다 오래 시들어 팔히한마음 마조 가고지워라 비탄의넋이 붉은마음만 낯낯 시들피나니 지튼봄 옥속 춘향(春香)이 아니 죽였을나듸야 옛날 왕궁(王宮)을 나신 나히어린 임금이 산ㅅ골에 홀히 우시다 너를 따라가시였느니 고금도(古今島) 마조보이는 남(南)쪽바다ㅅ가 한(恨)만흔 귀향길 천리(千里)망아지 얼렁소리 쇤듯 멈추고 선비 여윈얼골 푸른물에 띄웟슬제 네 한(恨)된우름 죽엄을 호려 불렀으리라 너 아니울어도 이세상 서럽고 쓰린것을 이른봄 수풀이 초록빛드러 물내음새 그윽하고 가는 대닢에 초생달 매달려 애틋한 밝은어둠을 너 몹시 안타가워 포실거리며 훗훗 목메었느니 아니 울고는 하마 지고없으리 오! 불행(不幸)의넉시여 우지진 진달내 와직지우는 이삼경(三更)의 네 우름 희미한 줄산(山)이 살풋 물러서고 조고만 시골이 흥청 깨여진다

주석

두견(杜鵑) 두견새. 촉(蜀)나라 망제(望帝)의 넋이 변하여 피를 토하며 운다는 전설이 있어, 한과 슬픔의 상징으로 흔히 쓰임.

삼경(三更) 하룻밤을 다섯으로 나눈 셋째 시각. 밤 11시에서 새벽 1시 무렵의 깊은 밤.

송기한 '사무친, 가슴에 깊이 맺힌'의 뜻으로 쓰인 옛말.

지늘꼈느니 '지늘끼다'는 깊이 잠겨 못 헤어나는 모양을 이르는 옛말.

춘향(春香) 춘향전의 주인공. 옥에 갇혀 절개를 지킨 여인으로, 한 맺힌 사연의 대명사.

나이 어린 임금 단종(端宗)을 가리킴. 어린 나이에 왕위를 빼앗기고 영월에 유배되어 비극적 죽음을 맞아, 두견 전설과 자주 연결됨.

고금도(古今島) 전라남도 완도군에 속한 섬. 남쪽 바닷가의 유배지로 알려진 곳.

심상·해설

피를 토하며 우는 두견 소리가 황홀한 달빛 어린 봄 새벽을 가득 채우고, 단종과 춘향의 한 서린 사연까지 불러내며 조그만 시골을 흐느낌으로 깨우는 비통한 정경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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