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대구 행진곡
앞으로는 비슬산(琵瑟山) 뒤로는 팔공산(八空山)
그 복판을 흘러가는 금호강(琴湖江) 물아
쓴 눈물 긴 한숨이 얼마나 쌓였기에
밤에는 밤 낮에는 낮 이리도 우나
반 남아 무너진 달구성(達句城) 옛터에나
숲 그늘 우거진 도수원(刀水園) 놀이터에
오고가는 사람이 많기야 하여도
방천(防川)둑 고목(古木)처럼 여윈 이 얼마랴
넓다는 대구(大邱) 감영 아무리 좋다 해도
웃음도 소망도 빼앗긴 우리로야
님조차 못 가진 외로운 몸으로야
앞뒷들 다 헤매도 가슴이 답답하다
가을밤 별같이 어여쁜 이 있거든
착하고 귀여운 술이나 부어 다오
숨 가쁜 이 한밤은 잠자지도 말고서
달 지고 해 돋도록 취해나 볼 테다
주석
비슬산(琵瑟山) 대구 남쪽에 있는 산. 대구의 앞산 격으로 꼽힌다.
팔공산(八空山) 대구 북쪽의 큰 산. 보통 八公山으로 표기하며, 대구를 둘러싼 진산이다.
금호강(琴湖江) 대구 시가지를 가로질러 흐르는 강.
달구성(達句城) 대구의 옛 이름 '달구벌'에서 온 옛 성. 대구의 옛터를 가리킨다.
도수원(刀水園) 일제강점기 대구에 있던 유원지(놀이터).
감영(監營) 조선시대 관찰사가 직무를 보던 관청. 대구는 경상감영이 있던 도시였다.
방천(防川)둑 물의 범람을 막으려고 강가에 쌓은 둑. 대구 신천변의 방천둑을 가리킨다.
심상·해설
비슬산과 팔공산 사이를 흐르는 금호강이 밤낮으로 우는 듯한 대구의 풍경. 무너진 옛 성터와 여윈 고목처럼 웃음도 소망도 빼앗긴 식민지 백성의 한이 술에 취해서라도 잊고 싶은 밤으로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