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북
자네 소리 하게 내 북을 잡지
진양조 중머리 중중머리
엇머리 자저지다 휘모라보아
이렇게 숨결이 꼭마저사만 이룬 일이란
인생에 흔치않어 어려운일 시원한일
소리를 떠나서야 북은 오직 가죽일뿐
헛 때리면 만갑이도 숨을 고처쉴밖에
장단을 친다는말이 모자라오
연창을 살리는 반주쯤은 지나고
북은 오히려 컨닥타—요
떠받는 명고인듸 잔가락 온통 잊으오
떡 궁! 동중정이오 소란속에 고요 있어
인생이 가을같이 익어가오
자네 소리 하게 내 북을 치지
주석
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엇모리·휘몰이 판소리와 산조에서 쓰이는 장단(리듬)의 종류로, 뒤로 갈수록 빨라진다.
만갑(萬甲) 조선 말기의 명창 송만갑(宋萬甲)을 가리킨다. 헛장단을 치면 명창도 호흡이 흐트러진다는 뜻.
연창(演唱) 노래를 부르며 펼쳐 보이는 일, 곧 판소리 공연.
컨닥타 영어 conductor(지휘자)를 음차한 말.
명고(名鼓) 북을 잘 치는 이름난 고수(鼓手).
동중정(動中靜) 움직임 가운데 깃든 고요함. 격렬한 가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경지를 이른다.
심상·해설
소리꾼의 숨결에 북장단을 꼭 맞추는 고수의 손길에서, 격렬한 가락 속 고요(동중정)와 가을처럼 무르익는 인생의 경지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