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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자사
1920년대

곡자사

이상화 · 1920년대
웅희야! 너는 갔구나 엄마가 누군지 아빠가 누군지 너는 모르고 어디로 갔구나 불쌍한 어미를 가졌기 때문에 가난한 아비를 두었기 때문에 오자마자 네가 갔구나 달보다 잘났던 우리 희야 부처님보다도 착하던 웅야 너를 언제나 안아나 줄꼬. 그러께 팔월에 네가 간 뒤 그 해 시월에 내가 갇히어 네 어미 간장을 태웠더니라. 지나간 오월에 너를 얻고서 네 어미가 정신도 못 차린 첫 칠날 네 아비는 또다시 갇히었더니라. 그런 뒤 온 한 해도 못 되어 갖은 꿈 온갖 힘 다 쓰려던 이 아비를 버리고 너는 갔구나. 불쌍한 속에서 네가 태어나 불쌍한 한숨에 휩싸이고 말 것 어미 아비 두 가슴에 못이 박힌다. 말 못하던 너일망정 잘 웃기 때에 장차는 어려움 없이 잘 지내다가 사내답게 한평생을 마칠 줄 알았지 귀여운 네 발에 흙도 못 묻혀 몹쓸 이런 변이 우리에게 온 것 아 마른 하늘 벼락에다 어이 견주랴. 너 위해 얽던 꿈 어디다 쓰고 네게만 솟던 사랑 뉘게다 줄꼬 웅희야, 제발 다시 숨쉬어 다오. 하루 해를 네 곁에서 못 지내 본 것 한 가지도 속 시원히 못해 준 것 감옥방 판자벽이 얼마나 울었던지. 웅희야! 너는 갔구나 웃지도 울지도 꼼짝도 않고 너는 소리 없이 어디로 갔구나. 불쌍한 선물로 설움을 끼고 가난한 선물로 몹쓸 병 안고 오자마자 네가 갔구나 하늘보다 더 미덥던 우리 웅희야 이 세상엔 하나밖에 없던 웅야 너를 언제 안아나 줄꼬―. ―一九二九, 四, 六―

주석

곡자사(哭子詞) 죽은 자식을 곡하며 부르는 노래·글. 아들을 잃은 슬픔을 읊은 만가이다.

웅희(雄熙) 시인이 잃은 어린 아들의 이름. 본문에서 '희야', '웅야' 등으로도 불린다.

그럭게 '그러께'의 표기로, 지지난해(재작년)를 뜻한다.

첫 칠날 아이가 태어난 지 이레째 되는 날, 곧 첫 이레(초이레)를 가리킨다.

갇히었더니라 시인 이상화가 독립운동·필화 등으로 옥에 갇혔던 일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심상·해설

가난한 어미 아비에게 와서 말도 떼기 전에 병으로 떠난 어린 아들을, 옥에 갇혀 하루도 곁에 있어 주지 못한 아비가 마른하늘 벼락 같은 슬픔으로 곡하며 다시 숨 쉬어 달라 부르짖는 비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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