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우이천
其一[기일]
만경대(萬景臺) 내리는 물
용(龍)개울에 조촘하여
병문안 흘낏 보고
머리 살짝 돌이키면
한강(漢江)아 서해(西海)야 하고
소귓내가 되느니.
其二[기이]
밤나무 썩은 등걸
딴죽 걸어 걷어차고
후미져 성난 물이
콸콸 소리 지를 제면
바위에 졸던 다람쥐
깜짝 놀라 숨느니.
其三[기삼]
꼬리 편 날피리요
세상 만난 중태로다
이 개울 넓을세라
펄펄 뛰고 놀기 바빠
여느 데 바다 있음을
알려고도 않느니.
주석
만경대(萬景臺) 북한산의 봉우리 이름. 우이천 상류가 시작되는 곳.
조촘하여 머뭇거리며 잠시 멈추어. '조촘하다'는 망설이듯 멈칫함을 이른다.
병문(屛門) 골목 어귀, 길목. 물줄기가 갈라져 나오는 어귀를 이른다.
소귓내 우이천(牛耳川)의 우리말 이름. '소귀(牛耳)+내(川)'.
딴죽 씨름에서 발로 상대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기술.
날피리 피라미. 물에서 날쌔게 헤엄치는 작은 민물고기.
중태 중고기 또는 중치 크기의 민물고기. 피라미와 함께 개울에 노는 물고기를 이른다.
심상·해설
만경대에서 흘러내린 물이 여울져 콸콸 소리치자 다람쥐가 놀라 숨고, 좁은 개울을 온 세상인 양 펄떡이며 노는 피라미들의 천진한 모습이 정겹게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