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황해의 첫봄
양지(陽地) 귀 잔디밭에
속잎 푸르고
바다엔 얼음 풀려
오가는 흰 돛
어야데야 배 소리
하늘에 찼소
하늘 중천(中天) 내 천자(川字)
행렬(行列)을 지어
넓은 들을 날도는
기럭 그 기럭
기러기는 왔노라
잘도 울것다.
십리포구(十里浦口) 질펀타
두둥실 뜬 배
고기잡이 노래에
포구(浦口) 아씨네
제 속은 딴 데 두고
웃지만 마소
무심(無心)타 갈매기도
한(限)껏 목 놓아
여기저기 노래 노래
쌍쌍(雙雙)이 돌며
새라 새 봄 제 흥(興)에
잘도 놀것다.
주석
황해(黃海) 한반도 서쪽 바다. 여기서는 그 바닷가의 첫봄 풍경을 노래함.
중천(中天) 하늘의 한가운데.
내 천자(川字) 행렬 기러기 떼가 한자 '내 천(川)' 자 모양으로 줄지어 나는 모습.
십리포구(十里浦口) 십 리에 걸쳐 길게 펼쳐진 포구. 넓은 갯가를 뜻함.
잘도 울것다 / 잘도 놀것다 '잘도 울겠다', '잘도 놀겠다'에 해당하는 옛 영탄형. 감탄의 어미.
새라 새 봄 '새롭고도 새로운 봄'을 강조한 표현.
심상·해설
얼음이 풀린 서해 바닷가에 흰 돛배가 오가고, 기러기가 줄지어 날며 포구에는 뱃노래와 갈매기 소리가 가득한, 생기 넘치는 첫봄의 풍경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