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춘강
속잎 푸른 고운 잔디
소리라도 내려는 듯,
쟁쟁하신 고운 햇볕
눈 뜨기에 바드랍네.
자주 드린 적은 꽃과
느란 물든 산국화엔,
달고 옅은 인새 흘러
나비 벌이 잠 새우네.
복사나무 살구나무
불그스레 취하였고,
갯창버들 파란 가지
길게 늘여 어리이네.
일에 갔던 팔린 소는
서런 듯이 길게 울고,
모를 시름 좇던 개는
다리 뻗고 하품하네.
청초청초 우거진 곳
송이송이 붉은 꽃숲
꿈같이 그 우리 님과
손목 잡고 놀던 데일세.
주석
춘강(春崗) 봄 언덕. 봄빛 짙은 동산을 이르는 제목.
바드랍네 '부시다, 눈부시다'에 가까운 옛말로, 빛이 강해 눈 뜨기 어렵다는 뜻.
인새 '내음, 향기'를 뜻하는 평안도 방언.
갯창버들 물가에 자라는 창포와 버드나무. 갯가의 버드나무를 이르기도 한다.
느란 '노란'의 옛 표기.
심상·해설
햇볕 쟁쟁한 봄 언덕에 잔디와 산국화가 빛나고 나비 벌이 잠을 설치는데, 그 꽃숲은 임과 손잡고 놀던 자리라 봄빛에 그리움이 스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