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세 돌
왼 울을 붉히오신 끔찍하신 님의 피가
오로지 이 내 한 몸 잘 살거라 하심인 줄,
다시금 생각하옵고 고개 숙여 웁네다.
어제런 듯 아장이다 오늘같이 강둥거려,
느는 걸음 환한 길에 가쁜 줄 모르괘라,
이따가 돌부리 채도 새 힘 날 줄 알리라.
멀거니 가깝거니 바르거니 비뚤거니,
질거니 마르거니 나는 다 모르옵네,
이 길이 그 길이라기 예고 옐 뿐이옵네.
(임술 삼월 일일)
주석
왼 울 온 울타리. '왼'은 '온(全)'의 옛말.
강둥거려 짧은 다리로 가볍게 뛰는 모양. '깡충거리다'의 옛 표현.
모르괘라 모르겠구나. '-괘라'는 감탄을 나타내는 옛 종결어미.
예고 옐 가고 갈. '예다'는 '가다(行)'의 옛말.
임술 삼월 일일 임술년 3월 1일. 1922년 3·1절. '세 돌'은 3·1운동 세 돌을 기린 제목이다.
심상·해설
온 울타리를 붉게 적신 순국의 피를 떠올리며 고개 숙여 우는 한편, 아장걸음이 깡충걸음으로 자라듯 다시 일어설 새 힘을 다짐하는 모습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