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1910년대
너 하나 때문에
오직 있는 것은
광영 하나뿐이고,
정녕 굴욕이란 없는가?
있어도 없는 것인가?
만일 싸움만 없다면…….
그러나 싸움이 없다면,
둘이 다 없는 것,
싸움이야말로
광영과 굴욕의 어머니,
모든 것 가운데 모든 것.
패배의 피가
승리의 포도주를 빚는 것도,
굴욕이
광영의 향료를 끄어내는 것도,
모두 다 싸움의 넓은 바다.
바다는
넓이도 깊이도 없어,
승리가 실컨
제 즐거움의 진주를 떠내고,
패배이 죽도록
제 아픔의 고귀한 값을 알아내는 곳.
회복될 수 없는
굴욕의
―제군은 이 말의 의미를 아는가?
아프고 아픈 상처가,
붉은 피가
장미 떨기처럼 피어나는 곳.
아아! 너 하나, 너 하나 때문에,
굴욕마저를 사랑한다.
주석
광영(光榮) 빛나는 영예, 곧 영광.
향료(香料) 향기를 내는 재료. 여기서는 영광을 향기에 빗대어 그 향을 빚어내는 원료라는 뜻.
심상·해설
광영과 굴욕을 함께 낳는 '싸움'을 넓은 바다에 빗대어, 패배의 피와 굴욕의 상처마저 장미처럼 피어나는 가치로 끌어안는다. '너 하나 때문에' 굴욕까지 사랑한다는 비장한 다짐이 핵심을 이룬다.
낭독 지시
Style: 잠언처럼 묵직하고 단단하게, 짧은 행마다 또박또박 끊어, 마지막 두 행은 벅차게 끌어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