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귀여운 내 수리
귀여운 내 수리
사람들의 머리를 지나
산을 기고 바다를 헤어
골 속에 숨은 내 맘에 오라.
맑아 가는 내 눈물과
식어가는 네 한숨,
또 구르는 나뭇잎과
설운 춤추는 가을 나비,
그대가 세상에 없었던들
자연의 노래 무엇이 새로우랴.
귀여운 내 수리 내 수리
힘써서 아프다는 말을 말고
곱게 참아 겟세마네를 넘으면
극락의 문은 자유로 열리리라.
귀여운 내 수리 내 수리
흘린 땀과 피를 다 씻고
하늘 웃고 땅 녹는 곳에
골엔 노래 흐르고 들엔 꽃 피자
그대가 세상에 없었던들
무엇으로 승리를 바라랴.
그때까지 조선의 민중
너희는 피땀을 흘리면서
같이 살길을 준비하고
너희의 귀한 벗들을 맞아라.
주석
수리 독수리 등 큰 맹금류. 여기서는 시인이 부르는 정신적 동반자이자 민중의 의지를 상징하는 존재.
헤어 '헤엄쳐'의 준말. '헤다'는 '헤엄치다'의 옛말.
겟세마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날 밤 고뇌하며 기도한 동산. 극심한 고통과 인내의 자리를 뜻한다.
극락(極樂) 불교에서 말하는 괴로움 없는 이상 세계. 고난을 견딘 끝의 자유와 구원을 가리킨다.
심상·해설
산과 바다를 넘어 마음속으로 날아드는 수리에게, 고난의 겟세마네를 견디면 자유의 문이 열리리라 외치는 장면. 피땀 흘리는 민중을 향한 간절한 다짐이 함께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