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가을
1920년대

가을

김소월 · 1920년대
물은 희고 길구나, 하늘보다도. 구름은 붉구나, 해보다도. 서럽다, 높아 가는 긴 들 끝에 나는 떠돌며 울며 생각한다, 그대를. 그늘 깊이 오르는 발 앞으로 끝없이 나아가는 길은 앞으로. 키 높은 나무 아래로, 물 마을은 성긋한 가지가지 새로 떠오른다. 그 누가 온다고 한 언약(言約)도 없건마는! 기다려 볼 사람도 없건마는! 나는 오히려 못 물가를 싸고 떠돈다. 그 못물로는 놀이 잦을 때.

주석

언약(言約) 말로 한 약속.

성긋한 성긴. 사이가 촘촘하지 않고 듬성듬성한 모양.

놀 노을. 해 질 무렵 하늘이 붉게 물드는 현상.

심상·해설

하늘보다 희게 뻗은 물과 해보다 붉은 구름, 노을 잦아드는 못가를 기다릴 이도 없이 울며 맴도는 가을의 서러운 방황이 펼쳐진다.

김소월의 다른 작품

비슷한 심상의 다른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