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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1930년대

황혼

이육사 · 1930년대
내 골ㅅ방의 커-텐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드리노니 바다의 흰 갈메기들 같이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것이냐 황혼아 네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보련다 그리고 네 품안에 안긴 모든것에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다오 저-십이 성좌의 반짝이는 별들에게도 종소리 저문 삼림 속 그윽한 수녀들에게도 쎄멘트 장판우 그 많은 수인들에게도 의지할 가지없는 그들의 심장이 얼마나 떨고 있는가 고비 사막을 걸어가는 낙타탄 행상대에게나 아프리카 녹음속 활 쏘는 토인들에게라도, 황혼아 네 부드러운 품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의 반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다오 내 오월의 골ㅅ방이 아늑도 하니 황혼아 내일도 또 저-푸른 커-텐을 걷게 하겠지 정정히 사라지긴 시냇물 소리 같아서 한번 식어지면 다시는 돌아올 줄 모르나보다 -五月의 病床에서-

주석

십이 성좌 황도 십이궁의 열두 별자리. 여기서는 온 하늘의 별들을 가리킨다.

수인(囚人) 옥에 갇힌 죄수. 시멘트 바닥 위에서 떨고 있는 외롭고 핍박받는 존재를 가리킨다.

토인(土人) 원주민을 낮춰 부르던 옛말. 여기서는 멀리 아프리카의 사람들을 가리킨다.

심상·해설

오월의 병상에서 골방 커튼을 걷고 맞은 황혼이 부드러운 손을 뻗어, 별과 수녀와 죄수와 사막의 행상대까지 외로운 모든 이를 품에 안아 주기를 비는 따뜻하고 호젓한 장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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