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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차
1920년대

인동차

정지용 · 1920년대
노주인의 장벽에 무시로 인동 삼긴 물이 나린다. 자작나무 덩그럭 불이 도로 피여 붉고, 구석에 그늘 지여 무가 순 돋아 파릇 하고, 흙냄새 훈훈히 김도 사리다가 바깥 풍설 소리에 잠착하다. 산중에 책력도 없이 삼동이 하이얗다.

주석

인동차(忍冬茶) 인동덩굴(겨우살이덩굴)을 달여 만든 차. 추위와 병을 견디는 약재로 쓰임.

장벽(腸壁) 창자의 벽. 노주인이 인동차를 마셔 그 따뜻한 물이 속으로 내려가는 것을 표현.

덩그럭 불 덩걸불. 타다 남은 굵은 장작에 붙은 불, 또는 잉걸불.

잠착하다 잠착(潛着)하다. 한 가지에 마음을 두고 골똘히 잠기다, 잠잠히 빠져들다.

책력(冊曆) 달력. 날짜와 절기를 적은 책.

삼동(三冬) 겨울의 석 달.

심상·해설

눈보라 치는 깊은 산중, 늙은 주인이 인동차를 마시며 잉걸불 곁에서 겨우내 칩거하는 정갈하고 고요한 정경, 달력도 없이 하얗게 흘러가는 겨울 석 달의 적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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