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고향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고향 진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
힌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 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주석
아니러뇨 '아니던가'의 옛 어투. 옛 종결어미 '-러뇨'는 의문·영탄을 나타낸다.
진히다 '지니다'의 옛 표기.
메끝 '메'는 산의 옛말. 메끝은 산봉우리, 산마루.
힌점 꽃 흰 점처럼 작게 핀 꽃.
심상·해설
돌아온 고향의 산봉우리에서 산꿩 울음과 흰 꽃을 마주하지만, 어릴 적 풀피리 소리는 사라지고 그리던 하늘만 높푸른—돌아와도 채워지지 않는 상실의 정경이 사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