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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
1920년대

귀로

정지용 · 1920년대
포도(舖道)로 나리는 밤안개에 어깨가 저윽이 무거웁다. 이마에 촉(觸)하는 쌍그란 계절(季節)의 입술 거리에 등(燈)불이 함폭! 눈물 겹구나. 제비도 가고 장미(薔薇)도 숨고 마음은 안으로 상장(喪章)을 차다. 걸음은 절로 드딜데 드디는 삼십(三十)적 분별(分別) 영탄(咏嘆)도 아닌 불길(不吉)한 그림자가 길게 누이다. 밤이면 으레 홀로 돌아오는 붉은 술도 부르지않는 적막(寂寞)한 습관(習慣)이여!

주석

포도(舖道) 포장도로(舖裝道路)의 준말.

촉(觸)하는 닿는, 접촉하는.

쌍그란 싸늘한, 쌀쌀한 느낌을 주는.

상장(喪章) 초상이나 애도를 표하기 위해 다는 검은 표지. 여기서는 마음속에 슬픔의 표를 단다는 비유.

영탄(咏嘆) 감탄하여 길게 읊조림.

심상·해설

밤안개 내리는 도시의 포장도로를 어깨 무겁게 홀로 걷는 서른 살 사내, 등불에 눈물겹고 마음에 상장을 단 채 적막한 귀가를 되풀이하는 도회의 고독이 짙게 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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