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무서운 시계
옵바가 가시고 난 방안에
숫불이 박꽃처럼 새워간다.
산모루 돌아가는 차, 목이 쉬여
이밤사 말고 비가 오시랴나?
망토 자락을 녀미며 녀미며
검은 유리만 내여다 보시겠지!
옵바가 가시고 나신 방안에
시계소리 서마 서마 무서워.
주석
숫불 숯불. '숫'은 '숯'의 옛 표기.
산모루 산모롱이. 산기슭의 굽이도는 곳.
이밤사 말고 하필 이 밤에. '-사'는 강조의 옛 조사.
서마 서마 조마조마하게, 또는 슬금슬금 다가오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
심상·해설
오빠가 떠난 빈방에서 박꽃처럼 사위어 가는 숯불과 어둠 속 째깍이는 시계 소리가, 홀로 남은 아이의 무서움과 그리움을 짙게 드리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