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따알리아
가을 볕 째앵 하게
내려 쪼이는 잔디밭.
함빡 피어난 따알리아.
한낮에 함빡 핀 따알리아.
시약시야, 네 살빛도
익을 대로 익었구나.
시약시야, 순하디순하여다오.
암사슴 처럼 뛰여 다녀 보아라.
물오리 떠 돌아 다니는
흰 뭇물 같은 하늘 밑에,
함빡 피어 나온 따알리아.
피다 못해 터져 나오는 따알리아.
주석
따알리아 달리아(dahlia). 여름·가을에 크고 화려한 꽃을 피우는 국화과 식물.
시약시 '색시'의 옛말·방언. 젊은 여자, 새색시.
뭇물 '못물'의 표기. 못에 괸 물. 흰 못물 같은 맑고 환한 하늘을 비유한다.
심상·해설
쨍한 가을 햇볕이 쏟아지는 잔디밭에 달리아가 터질 듯 함빡 피고, 무르익은 살빛의 색시를 암사슴처럼 뛰어놀게 부르는—생명력으로 충만한 한낮의 화사함이 눈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