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내맘에 맞는 이
1920년대

내맘에 맞는 이

정지용 · 1920년대
당신은 내맘에 꼭 맞는이. 잘난 남보다 조그만치만 어리둥절 어리석은척 옛사람 처럼 사람좋게 웃어좀 보시요. 이리좀 돌고 저리좀 돌아 보시요. 코 쥐고 뺑뺑이 치다 절한번만 합쇼. 호. 호. 호. 호. 내맘에 꼭 맞는이. 큰말 타신 당신이 쌍무지개 홍예문 틀어세운 벌로 내달리시면 나는 산날맹이 잔디밭에 앉어 구령(口令)을 부르지요. 「앞으로-가. 요.」 「뒤로-가. 요.」 키는 후리후리. 어깨는 산고개 같어요. 호. 호. 호. 호. 내맘에 맞는이.

주석

뺑뺑이 치다 제자리에서 빙빙 도는 놀이를 하다.

홍예문(虹霓門) 무지개처럼 위가 둥글게 굽은 문, 아치형 문. 여기서는 쌍무지개가 세운 무지개 문.

산날맹이 산마루, 산등성이의 꼭대기를 이르는 방언.

후리후리 키가 늘씬하게 큰 모양.

심상·해설

쌍무지개 문으로 큰 말을 달리는 늠름한 임과, 산마루 잔디밭에 앉아 구령을 외치며 까르르 웃는 화자—동요처럼 천진하고 명랑한 연애의 한 장면이 환하게 떠오른다.

정지용의 다른 작품

비슷한 심상의 다른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