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구성동
골짝에는 흔히
유성이 묻힌다.
황혼에
누뤼가 소란히 싸이기도 하고,
꽃도
귀향 사는 곳,
절텄드랬는데
바람도 모이지 않고
산그림자 설핏하면
사슴이 일어나 등을 넘어 간다.
주석
구성동 금강산 깊은 골짜기의 지명. 정지용이 즐겨 찾던 산중 명소이다.
유성 별똥별, 운석. 골짜기가 워낙 깊고 외져 별똥별이 떨어져 묻힐 듯한 적막을 표현한다.
누뤼 우박의 옛말.
귀향 사는 귀양살이하는. '귀향'은 '귀양'의 옛 표기. 꽃조차 인적 없는 곳으로 유배된 듯 핀다는 뜻.
절텄드랬는데 '절터였다고 했는데'의 줄임. 옛 절이 있던 자리라는 뜻.
심상·해설
별똥별이 묻히고 우박이 쌓이는 인적 끊긴 옛 절터, 황혼이 깔리면 사슴 한 마리가 산등성이를 넘어가는—적막과 청정함이 극에 달한 산중의 정적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