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또 하나 다른 태양
온 고을이 받들만 한
장미(薔薇) 한가지가 솟아난다 하기로
그래도 나는 고하 아니하련다.
나는 나의 나히와 별과 바람에도 피로(疲勞)웁다.
이제 태양(太陽)을 금시 잃어 버린다 하기로
그래도 그리 놀라울리 없다.
실상 나는 또하나 다른 태양(太陽)으로 살었다.
사랑을 위하얀 입맛도 잃는다.
외로운 사슴처럼 벙어리 되어 산(山)길에 슬지라도-
오오, 나의 행복(幸福)은 나의 성모(聖母)마리아!
주석
고하 아니하련다 '고하다'는 우러러 받들다, 떠받들다는 뜻. 곧 '우러러 받들지 않겠다'는 의미.
또 하나 다른 태양 세속의 영화(榮華)·생명을 뜻하는 첫째 태양과 달리, 시인이 의지하는 신앙·영혼의 빛(성모 마리아)을 가리킨다.
슬지라도 '스러질지라도, 쓰러질지라도'의 옛말. 사라져 죽을지라도.
성모(聖母)마리아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 가톨릭 신앙에서 흠숭의 대상으로, 화자의 궁극적 위안과 행복의 근원으로 노래된다.
심상·해설
세상의 영화도, 생명의 태양도 잃을까 두렵지 않다 말하며, 외로운 사슴처럼 산길에 쓰러질지라도 성모 마리아를 '또 하나 다른 태양'으로 삼는 깊은 신앙적 위안이 절절히 배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