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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반
1920년대

그의 반

정지용 · 1920년대
내 무엇이라 이름하리 그를? 나의 영혼(靈魂)안의 고흔 불, 공손한 이마에 비추는 달, 나의 눈보다 값진이, 바다에서 솟아 올라 나래 떠는 금성(金星), 쪽빛 하늘에 힌꽃을 달은 고산식물(高山植物), 나의 가지에 머물지 않고 나의 나라에서도 멀다. 홀로 어여삐 스사로 한가러워-항상 머언이, 나는 사랑을 모르노라 오로지 수그릴뿐. 때없이 가슴에 두손이 염으여지며 구비 구비 돌아나간 시름의 황혼(黃昏)길우- 나- 바다 이편에 남긴 그의 반 임을 고이 진히고 것노라.

주석

그의 반 임의 '반쪽'. 시적 화자가 자신을 임의 분신·반려로 여긴다는 뜻으로, 절대자 또는 이상적 임에 대한 흠모를 담는다.

고산식물(高山植物) 높은 산에서만 자라는 식물. 범접하기 어려운 고결한 임을 비유한다.

염으여지며 '여미어지며'의 옛 표기. 두 손이 저절로 공손히 모아지는 것.

것노라 '걷노라'의 옛 표기.

심상·해설

이름 붙일 수 없는 고결한 임을 영혼의 불, 새벽 금성, 고산의 흰 꽃에 빗대며 두 손 모아 황혼길을 걷는, 경건한 흠모와 사랑이 신앙적 높이로 승화된 정경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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