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달
선뜻 ! 뜨인 눈에 하나 차는 영창
달이 이제 밀물처럼 밀려오다.
미욱한 잠과 베개를 벗어나
부르는 이 없이 불려 나가다.
*
한밤에 홀로 보는 나의 마당은
호수(湖水)같이 둥그시 차고 넘치노나.
쪼그리고 앉은 한옆에 흰돌도
이마가 유달리 함초롬 고와라.
연연턴 녹음(綠陰), 수묵색(水墨色)으로 짙은데
한창때 곤한 잠인양 숨소리 설키도다.
비둘기는 무엇이 궁거워 구구 우느뇨,
오동(梧桐)나무 꽃이야 못견디게 향(香)그럽다.
주석
영창(映窓) 방을 밝게 하려고 낸 들창, 미닫이 창.
미욱한 어리석고 둔한. 여기서는 깊고 미련스런 잠을 이른다.
함초롬 젖은 듯 가지런하고 차분하여 곱고 단정한 모양.
연연턴 '연연(軟軟)하던'의 준말. 연하고 여리던.
궁거워 '궁금하여'의 옛말.
심상·해설
잠결에 밀물처럼 든 달빛에 이끌려 나간 한밤의 마당이 호수처럼 달빛으로 가득 차고, 흰 돌과 짙은 녹음, 오동꽃 향기가 어우러진 그윽하고 신비로운 월야의 정취가 감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