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다른 한울
그의 모습이 눈에 보이지 않었으나
그의 안에서 나의 호흡(呼吸)이 절로 달도다.
물과 성신(聖神)으로 다시 낳은 이후
나의 날은 날로 새로운 태양(太陽)이로세!
뭇사람과 소란한 세대(世代)에서
그가 다맛 내게 하신 일을 진히리라!
미리 가지지 않었던 세상이어니
이제 새삼 기다리지 않으련다.
영혼(靈魂)은 불과 사랑으로! 육신은 한낱 괴로움.
보이는 한울은 나의 무덤을 덮을뿐.
그의 옷자락이 나의 오관(五官)에 사모치지 안었으나
그의 그늘로 나의 다른 한울을 삼으리라.
주석
성신(聖神) 성령(聖靈). 가톨릭에서 삼위일체의 한 위격을 이르던 옛 용어.
물과 성신으로 다시 낳은 신약 요한복음 3:5 '사람이 물과 성령으로 나지 아니하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에서 온 표현으로, 세례를 통한 거듭남을 뜻한다.
다맛 '다만'의 옛 표기.
오관(五官) 다섯 가지 감각 기관(눈·귀·코·혀·살갗). 곧 온몸의 감각.
다른 한울 보이는 하늘 너머의 또 다른 하늘, 곧 신앙으로 얻은 영적 세계·천국을 뜻한다.
심상·해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숨결로 함께하는 절대자 안에서 거듭나, 육신의 괴로움과 죽음 너머 '또 다른 하늘'을 마음에 품는 굳건한 신앙 고백의 정경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