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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적 읍울
1920년대

원시적 읍울

이상화 · 1920년대
방랑성(放浪性)을 품은 에매랄드 널판의 바다가 말업시 업대엿슴이 뫼 머리에서 늣녀름의 한낫 숩흘 보는 듯― 조으는 얼골일너라. ᄶᅡ증나게도 느러진 봄날― 오후(午後)의 한울이야 히기도 하여라 게선 잇다금 어머니의 젓ᄭᅩᆨ지를 ᄲᅡ는 어린애 숨결이 날려 오도다. 사선(斜線) 언덕 우흐로 ᄶᅮᆨ으리고 안즌 두어 집 울타리마다 걸어 둔 그물에 틈틈이 ᄭᅵ인 조개 ᄭᅥᆸ지는 머-ㄹ리서 웃는 니ㅅ발일너라. 마을 압흐로 업대어 잇는 모래 길에는 아모도 업고나 지난밤 밤낙기에 나련하여― 낫잠의 단술을 마심인가보다. 다만 두서넛 젊은 안악네들이 붉은 초마 입은 허리에 광주리를 달고 바다의 ᄭᅮᆷ같은 미역을 거드며 여울 돍에서 여울 돍으로 건너만 간다. 잠결에 듯는 듯한 벅국이의 부드롭고도 구슯흔 우름소리에 늙은 삽자리 목을 ᄲᅥᆺ고 삷히다간 다시 눈ᄭᅡᆷ고 조을더라. 나의 가슴엔 갈마기 ᄯᅦ와 수평선(水平線)밧그로 넘어가는 마음과 넉일흔 시선(視線)― 어느 것 보이지도 보려도 안는 물 가튼 생각의 구름만 싸힐 뿐이어라. ―『둔찬(遁竄)의 선물』에서―

주석

읍울 '우울(憂鬱)'을 뜻하는 표기로 보인다. 제목 '원시적 읍울'은 태곳적·근원적인 우울감을 가리킨다.

삽자리 '삽사리(삽살개)'의 옛말. 털이 복슬복슬한 토종개를 가리킨다.

초마 '치마'의 방언·옛말.

둔찬(遁竄)의 선물 이상화의 미발표 시집 또는 연작의 이름으로 전한다. '둔찬'은 세상을 피해 달아나 숨음을 뜻한다.

심상·해설

나른한 한낮 바닷가 어촌이 졸고 있는 풍경 속에서, 그물에 낀 조개껍데기와 미역 걷는 아낙네들이 한가로이 어우러진다. 그 너머 수평선 밖으로 넘어가는 마음에는 근원적인 우울이 고요히 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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