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남병만종
나귀를 채찍하여 남병산(南屛山)에 치달으니
만종(晩鐘) 소리 잔물결에 주름 잡혀 남실남실
고탑(古塔)의 까마귀 떼는 낯설다고 우짖더라
주석
남병만종(南屛晩鐘) 남병산에 저녁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정경. 중국 항저우 서호(西湖)의 명승을 읊은 '소상팔경(瀟湘八景)'류 한시의 제목 형식을 빌린 시조이다.
남병산(南屛山) 병풍처럼 둘러선 남쪽 산. 본래 중국 항저우 서호 남쪽의 산 이름이나, 여기서는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산을 가리킨다.
만종(晩鐘) 저녁때에 절이나 교회에서 치는 종. 또는 그 종소리.
고탑(古塔) 오래된 탑.
심상·해설
나귀를 몰아 산에 오르니 저녁 종소리가 잔물결처럼 번지고, 낯선 나그네를 보고 옛 탑의 까마귀가 울어 대는 한 폭의 수묵화 같은 황혼 정경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