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엽서에 쓴 글
나비가 한 마리 날러 들어온 양 하고
이 종잇장에 불빛을 돌려대 보시압.
제대로 한동안 파다거리 오리다.
-대수롭지도 않은 산목숨과도 같이.
그러나 당신의 열적은 오라범 하나가
먼데 가까운데 가운데 불을 헤이며 에이며
찬비에 함추름 취적시고 왔오.
-스럽지도 않은 이야기와도 같이.
누나, 검은 이밤이 다 회도록
참한 뮤-쓰처럼 쥬무시압.
해발 이천 피이트 산봉우리 우에서
이제 바람이 나려 옵니다.
주석
열적은 열없는. 좀 겸연쩍고 멋쩍은.
함추름 함초롬. 가지런하면서 차분하게 젖어 있는 모양.
뮤-쓰 뮤즈(Muse). 그리스 신화의 예술·학문을 관장하는 여신. 여기서는 누이를 곱고 정결한 존재로 빗댐.
심상·해설
엽서에 비친 불빛에 나비처럼 파닥이는 글자, 찬비에 젖어 돌아온 오라비가 멀리 누이에게 편히 잠들기를 당부하는 다정하고 쓸쓸한 밤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