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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만가
1930년대

이성만가

변영로 · 1930년대
휑—하니 비인 거리 다 잠들어 고요한 거리 가등(街燈)마저 졸음 못 참는 밤거리에 서로서로 팔에 팔을 겯고 놀랍게도 철없이 걷노라면 투닥탁탁 우리의 신발 소리 잠든 거리의 고요함을 그릇 같이 깨트리어 이 길이 끝나잖기 조이건만 어느덧 집은 가까워지어 밤거리의 로맨싱도 기쁨같이 사라지다. ―「삼천리(三千里)」, 1936. 1

주석

이성만가(二城晩街) '두 성의 늦은 밤거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늦은 밤 연인이 팔짱을 끼고 거니는 밤거리의 정취를 노래한다.

로맨싱 영어 romancing/romance를 음차한 말로, 낭만적인 분위기·연애의 정취를 뜻한다.

조이건만 '조이다'는 '죄다'의 옛 형태로, 마음을 졸인다는 뜻.

삼천리(三千里) 1929년 창간된 종합 잡지 '삼천리'. 이 시의 발표 지면이다.

심상·해설

잠든 거리에 두 사람의 신발 소리만 또각또각 울리고, 이 길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집은 자꾸 가까워진다. 짧은 밤 산책의 설렘과 아쉬움이 도란도란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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