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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쳐요
1920년대

그쳐요

김명순 · 1920년대
아아 그쳐요 그 익지 않은 바이올린의 탄식 처마 끝에 눈 녹은 물이 똑똑 들어 아버지의 옷깃을 적실 만하니 그쳐요 톱 켜는 소리 같은 것을. 아아 그쳐요 그 흐릿한 수선스런 노래를 삼월 아침에 볕이 따뜻해서 어머니의 가슴속의 눈이 녹으니 그쳐요 목 간지러운 거위 소리를. 오오 그쳐요 오빠야 그 무심코 익은 피아노 소리 좀 더 슬퍼다오 좀 더 유쾌해다오 사람 좋은 오빠야. (이웃 분주한 밤에, 서울서)

주석

익지 않은 '서툰, 익숙하지 않은'의 뜻. 연주 솜씨가 아직 무르익지 않았음을 가리킨다.

톱 켜는 소리 톱질하듯 거칠고 듣기 거북한 소리. 서툰 바이올린 연주를 빗댄 표현.

심상·해설

삼월 아침 처마 끝에서 눈 녹은 물이 똑똑 떨어지는 봄날, 서툰 악기 소리 속에서 부모와 오빠를 향한 정겨운 투정이 도란도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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