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호수에 배 띄우고
호수(湖水)에 가을 드니 새파란 물빛
연꽃 잎 우거진 곳에 매생이 매고
물 건너 님과 서로 연밥 던지다
남이 보아 반나절 무안(無顔)했노라.
秋淨長湖碧玉流 荷花深處繫蘭舟 추정장호벽옥류 하화심처계난주
逢郞隔水投蓮子 遙被人知半日羞 봉랑격수투련자 요피인지반일수
연꽃 잎 우거진 곳에 매생이 얽어매고
님에게 연밥 치다 남에게 들켰고야
반나절 무안(無顔)한 맘이야 일러 무삼.
주석
매생이 노로 젓는 작은 거룻배. 김의 일종인 '매생이'와는 다른, 배를 뜻하는 옛말.
무안(無顔) 낯이 없을 만큼 부끄러움.
일러 무삼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라는 뜻의 옛 표현.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는 영탄.
秋淨長湖碧玉流 荷花深處繫蘭舟 / 逢郞隔水投蓮子 遙被人知半日羞 허난설헌의 「채련곡(采蓮曲)」을 옮긴 것. 가을 맑은 긴 호수에 벽옥 같은 물이 흐르고, 연꽃 깊은 곳에 목란 배를 매어, 물 건너 임을 만나 연밥을 던졌다가 멀리서 남에게 들켜 반나절을 부끄러워했다는 뜻.
심상·해설
새파랗게 물든 가을 호수, 연꽃이 우거진 곳에 배를 매어 두고 물 건너 임에게 장난스레 연밥을 던지다 들켜 반나절을 수줍어하는 풋풋한 연정의 장면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