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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묘하러 가는 길
1930년대

성묘하러 가는 길

오장환 · 1930년대
솔잎미 모다 타는 칙한 더위에 아버님 산소로 가는 산길은 붉은 흙이 옷에 배는 강팍한 땅이었노라. 아 이곳에 새로운 길터를 닦고 그 우에 자갈을 져 나르는 인부들 매미 소리, 풀기운조차 없는 산등성이에 고향 사람들은 또 어디로 가는 길을 닦는 것일까. 깊은 골에 남포소리, 산을 울리고 거치른 동네 앞엔 예전부터 굴러 있는 송덕비. 아버님이여 이런 곳에 님이 두고 가신 주검의 자는 무덤은 아무도 헤아리지 아니하는 황토산에, 나의 가슴에…… 무엇을 아뢰이러 찾어왔는가, 개굴창이 모다 타는 가뭄더위에 성묘하러 가는 길은 팍팍한 산길이노라

주석

솔잎미 '솔잎이'의 옛 표기·방언. 소나무 잎.

칙한 '지독한·심한'의 뜻으로 쓰인 방언.

강팍한 '강퍅한', 곧 메마르고 거친. 여기서는 땅이 척박하다는 뜻.

남포소리 '남포'는 다이너마이트. 바위를 깨는 발파 소리를 가리킴.

송덕비(頌德碑) 공덕을 기리어 세운 비석.

개굴창 '개골창'. 수챗물이 흐르는 작고 더러운 도랑.

심상·해설

솔잎까지 타들어 가는 가뭄 더위에 붉은 흙길을 밟아 아버지 산소로 오르며, 발파 소리 울리는 헐벗은 산등성이에서 아무도 돌보지 않는 무덤 앞에 선 자식의 비통함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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