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1. 황혼
구름은 감자밭 고랑에
그림자를 놓고가는 것이었다
가마귀는 숲 너머로
울며울며 잠기는 것이었다
마슬은 노을빛을 덮고
저녁 자리에 눕는 것이었다
나는 슬픈 생각에 젖어
어둠이 묻은 풀섶을 지나는 것이었다
주석
마슬 마을의 방언.
풀섶 풀숲, 풀이 무성하게 우거진 곳을 이르는 말.
심상·해설
감자밭에 구름 그림자가 지나고 까마귀가 울며 숲으로 잠기며 노을에 덮인 마을이 저녁잠에 드는 황혼녘, 슬픔에 젖어 어둑한 풀숲을 지나는 시인의 고즈넉한 정경이 그려진다.